박소경 경산1대학 총장, ‘인체의 이해’ ‘심리학 강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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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몸·마음 알기 쉽게 풀이, 인생의 마지막 밥값이라고 생각”


여유가 무얼까? 여러 번 생각해봤습니다.

나에게 여유란 나눔을 뜻합니다. 수련 시절 만난 선배는 '안 가르쳐주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때 가운 벗어던지지 않고 어떻게 견딜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은 장면들이 막 떠오릅니다.

그래서 내가 선배가 되었을 땐 무조건 다 가르쳐주었습니다. 맞든 틀리든 내가 아는 모든 걸 다 가르쳐줬습니다. 그렇게 하니까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게 한 가지 있었답니다. 또 다시 공부해야 됐으니까요. "계속 공부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다 가르쳐줄 수가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흔 중반 운명과도 같이 병원을 떠나 대학선생이 되었습니다. 의과대학생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의학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때 내가 선택한 것은 심리학이었습니다. 해부생리학·약리학 수업 시간에 5분 정도를 할애하면서 심리학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학생들은 의학보다 심리학을 더 좋아했고 더 흥미로워했습니다. 강의 피드백 용지는 "심리학이…"로 채워졌습니다.

수업 시간에 내 맘대로 들려준 이야기를 글로 한번 적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08년 가을부터는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학생들에게 의학과 심리학을 함께 엮어 글을 보냈습니다.

이 시대의 모든 분야는 전문화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의료계가 가장 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과만 하더라도 10개 정도의 분과가 있습니다. 신경과·소화기·호흡기·심장·신장·내분비·종양 및 혈액·감염병·류마티스 내과까지 다양합니다.

대학병원 이비인후과에는 귀 보는 교수, 목 보는 교수가, 정형외과는 발·무릎·허리·팔에 따라 전문교수가 따로따로 있지요. 세분화되면서 의사들의 실력은 그야말로 첨단이 되었지만, 타과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대답을 곧잘 합니다. 썩 잘하는 자기분야와 비교하면 "모른다"는 대답이 맞고 따라서 아주 정직한 대답이긴 하지요. 그러나 불편한 경우도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조금 아는 것도 안다고 말해 보자"라고 용기를 내어 지난 겨울 방학에는 '인체의 이해'와 '심리학 강의' 두 권을 정리하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잠을 5시간 이내로 줄이고, 오랜만에 그야말로 완전집중을 해봤습니다. 나이가 더 들면 의지력, 기억력과 체력에서 훨씬 못할 것이고, 이제는 건강도 알 수 없는 나이가 되어가니까요. 아무튼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 생각하면서 한 자씩 한 자씩 또박또박 적어 내려갔습니다.

이것이 나에겐 세상에 태어나 밥값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교정을 보고난 후 인쇄소로 넘길 때는 수십 년 전 학생 때 시험지를 제출하던 심정과 똑같았습니다. 그 동안 참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엄마 역할을 뺀 나머지 중 하나를 고르라면 '선생'을 꼽고 싶습니다. 낙오자 없이 모든 학생을 끌고 갈 수 있는 선생님이 되려면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해야 되지 않을까요?

'채점' 결과를 기다리면서 조마조마 걱정을 합니다. 내 책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쉽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밥값은 했구나"라고 혼잣말을 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립니다.

박소경
경산1대학 총장. 현직 소아과 의사.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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