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남성의 한계, 여성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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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의 문은 좁고, 평생직장은 꿈이 되어버린 요즈음. 이럴 때 눈에 띄는 이들이 있습니다. '양성성(兩性性●androgyny)'을 가진 사람들이지요. 양성성이란 남성성과 여성성 중에서 긍정적인 속성만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그들은 사회생활에서 더 효율적으로 적응합니다. 남성성과 여성성은 각각 독립된 차원이기 때문에 두 가지 성향을 동시에 소유할 수 있다고 심리학자 벰은 말했습니다. 남성성이란 자기주장과 독립성, 지배하고자 하는 충동을 말합니다. 여성성은 타인에 대한 관심과 보살핌을 특징으로 하지요. 그들은 때론 자기 주장적이고 독립적이면서도 때로는 동정심이 많고 온화합니다. 지나치게 주장적이거나 경쟁적이지도 않습니다. 자기를 주장하더라도 타인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수용할 줄 압니다. 양성성을 가진 사람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반응할 수 있는 다양한 행동목록을 갖고 있답니다. 그러니까 융통성 있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거지요.



 심리학에서 인간이 양성성을 소유한 존재란 주장은 카를 융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정신에 대한 융의 개념은 의식과 무의식을 통합하는 인격이론입니다. 융은 자기실현의 과정에서 남성은 여성적 속성인 아니마를, 여성은 남성적 속성인 아니무스를 통과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융이 밝힌 아니마/아니무스에는 단계가 있습니다. 아니마의 첫 단계는 이브의 상입니다. 순전히 본능적인 여성이지요. 두 번째는 파우스트의 헬렌을 예로 들었습니다. 낭만적이고 아름답지만 아직도 성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세 번째 단계는 성모마리아, 그리고 네 번째는 구약성경 아가의 술람밋입니다. 어머니와, 그리고 지혜의 상징이지요.




 첫 단계에서의 이브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역, 비비안 리를 떠올려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예전에 비해 요즈음의 여성들은 더욱 더 그런 모습을 소망하는 것 같습니다. 여성들이 명민해져서일까요? 그래야만 남성들의존경을 받을 수 있나요? 실제로 남성들은 대부분 '외적인 끌림'을 '사랑'이라 느낍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이가 들어도 마찬가지랍니다. 그것이 남성의 한계입니다. 남성 개개인의 탓이 아니라 사람의 구조, 즉 뇌의 구조와 기능이 그렇게 되어있답니다. 뇌 과학을 동원하지 않고 역사 속 인물들을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어려운 일은 본능을 넘어서는 일이지요. 인간의 본능은 생존과 생식이고, 성과 공격성은 남성에서 우세합니다.




 여성의 남성적 속성인 아니무스의 단계를 보겠습니다. 아니무스의 첫 단계는 육체적인 남성입니다. 두 번째는 낭만적인 남성이나 영웅 같은 남성을 말합니다. 세 번째는 목사의 상, 네 번째는 영적 진리로 이끄는 지혜의 안내자입니다. 남성과 달리 여성들은 단계를 밟으면서 올라가는 경향을 많이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엄마이기 때문이지요. 여성은 여성이라기보다 엄마입니다. 멋진 경치를 볼 때도 아이가 생각나고, 맛있는 음식을 앞에 놓고서도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지요. 아이는 지금 무얼 먹고 있을까? '아이'는 평생을 엄마와 함께 있습니다. 아이의 생존과 행복, 여성의 본능입니다.




 엄마의 사랑은 너무 지독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면을 갖습니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손해 보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한국의 엄마들을 보십시오. 오죽하면 '한국이 수출할 수 있는 일등 상품은 엄마'라는 말이 있더군요. 이기적인 엄마의 사랑을 '신'의 사랑에 비유하는 것, 잘못됐습니다. 내 아이에 대한 끝없는 걱정과 욕심. 여성의 한계입니다. 남성에게 있어서 자기실현의 길이란,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세계를 수용하는 넓은 마음을 갖는 것 아닐까요? 여성은 이기심을 넘어서서 본래의 순수함을 되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요? '세상은 남자와 여자가 있어서 참 재미있다'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박소경 경산 1대학(구.경동정보대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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