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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호산

[아침을 열며] 변하는 것과 변치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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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디지털혁명으로

생활의 속도는 점점 빨라져

과학기술·뇌과학 발달해도

본성과 본능은 바꾸지 못해

인간본성의 연구 계속돼야

 

어쩌다 SNS를 하지 않았는데 유행어에 어두워져 버렸다. 인터넷 접속이라도 하려니 뉴스는 뒤범벅, 검색엔진은 혼란스럽다. 나처럼 웹, 스마트기기, 인터넷의 발전 속도 때문에 무력감을 느낄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인터넷은 전기만큼이나 인간 사회에 결정적인 변화를 일으킨 발명품이라니, 그 과도기를 겪는 우리의 당혹감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알파고 이벤트로 소프트웨어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할 수 있는 인간의 지능에 충격을 받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놀라움과 불안감은 우리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 끌고 갈까? 인문학으로의 열풍도 그 한 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인터넷이 인본주의적 측면을 갖추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개인 사생활에 대한 위협 때문일 것이다.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개인 정보 수집에 혈안이 될지, 개인의 사생활 보호 조치에 관심을 기울일지는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개인 저마다가 스마트해져야 할 절박함에 놓인 것이다. 정보의 바다에서 콘텐츠를 뽑아내어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발생시킬 수 있는 힘 또한 인문학적 바탕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인류의 소중한 유산, 귀하게 다루면서 골라내는 것이 스마트해짐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마음의 평정이다. 인터넷과 디지털 혁명은 우리의 생활 속도를 점점 더 빠르게 재촉하는데, 도망갈 은신처 없는 일반인은 숨이 목까지 차올라 있다.

 

몇 백 년 전에 태어났더라면 어떻게 살았을까? 인쇄술이 발달되기 전이라면 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옛날 중국에선 첩 팔아 책 샀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여자라 글 한 자 모르고 살다 갔을 수도 있겠다. 서양에서 태어났다손 치더라도 귀족이 아니라면 음악 한번 못 들어봤겠지. 지금 살아서 보고 싶은 책 실컷 보고, 좋은 음악 맘껏 들으니 얼마나 좋은가! 사는 일이 힘들어질 땐 유용할 것 없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것이 인문학이 아니던가. 몇 백 년, 더 너머 2500년 전 성현들과 천재적 예술가들이 후대를 위해 남겨 놓은 아름다운 지적 재산들. 실용적이지 않아 그 자체로 돈이나 명예를 얻는 데 도움을 주진 못하지만, 읽고 생각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아!’ 탄성이 나오는 것, 바로 고전에 들어있다.

 

논어 1편 1장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면 군자답지 않은가?”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큰 욕구다. SNS는 거짓 포장이 가능한 곳, 어떻게 문제가 일어나지 않겠는가? 19∼20세기 유럽을 지배한 실존주의 철학과 문학은 불안한 인간 실존의 조건을 ‘죽음·외로움·무의미·자유’라 했다. 이러나저러나 인간의 삶은 외롭고, 무의미하고,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절대 잊지 말자. 단지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이 목표한 것을 추구할 자유가 주어졌다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기자.

 

윌리엄 글라써는 인간의 욕구를 5가지로 요약했다. 생존의 욕구, 소속·사랑의 욕구, 힘·성취의 욕구, 자유·독립의 욕구, 재미·즐거움의 욕구. 인간이 끝까지 집착하는 것은 ‘힘의 욕구’라는데. 인간의 본능이 유전자를 남기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1900년에 프로이트는 성욕과 공격성을 인간의 본능이라 규정했는데, 현대의 뇌과학도 이와 같다고 밝힌다. 인간의 감정, 사고, 판단, 행동을 주관하는 뇌, 뇌는 최소한 백만 년 단위로 진화한다. 따라서 과학 기술과 뇌과학이 아무리 발달하여도 바꿀 수 없는 것은 인간의 본성과 본능이다. 고대 신화들, 생겼다 없어졌을 수많은 종교들, 남아있는 위대한 종교들, 천재적인 철학자들의 질문과 사유들, 모두가 인간 본성에 관한 결과물이다. 인간의 뛰어난 능력과 부족한 한계로 이루어진 많은 이야기들. 또한 인정의 욕구, 힘의 욕구, 공격성 사이에 유사점이 보이지 않는가? 이렇게 인문학과 과학은 만난다. 인간 본성을 다룬 축적된 명저들은 앞으로 몇 천 년은 거뜬히 남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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