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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호산

[수요칼럼] 적응이 아닌 성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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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찰스 다윈 탄생 200주년이었습니다. 다윈은 50세에 '생물의 진화'를 밝혔습니다. 그의 책은 생존과 번식에 적합한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동물의 적응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로부터 150년, 세계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습니다. 산업혁명을 일으킨 유럽 각국은 자원이 필요해졌습니다. 자원쟁탈전에 사로잡힌 유럽제국주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점령하기 시작했지요. 남북전쟁과 노예해방을 이뤄낸 미국은 세계대전 후 강력한 지배력을 갖게 되었어요. 산업화한 일본은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자국과 아픔을 남겼지요.

오늘날의 현실은 어떤가요? 현재 우리는 거의 초현실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전 세계가 모든 것이 서로 얽혀 있어서 개인도 국가도 통제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어렵고,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인간은 주위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해야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적응을 잘하는 사람'을 본받을 만한 이상형으로 제기하기도 합니다. 적응이란 주변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의미하지요.

현대 심리학은 '적응'이 아닌 '성장'을 강조합니다. '적응'은 다른 사람들과의 일치에 초점을 맞추지만, '성장'은 개인의 바람직한 변화를 추구합니다. 한 때 잘 적응했던 사람이 그 다음 단계에서는 정신질환을 앓거나 고통받는 모습을 보입니다. 적응에 급급하다보면 세상은 저만치 앞서나가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적응은 병든 세상에도 일치하는 불행을 초래할 수가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됩니다.

의대교수인 친구는 "돈을 많이 벌기위해 의대를 선택했다"는 학생들에게, "아니다. 우리 삶에는 훨씬 큰 의미가 있단다"면서 마지막 열정을 바치고 있습니다. 의사만이, 교육자만이, 공무원만이 병든 것은 아니겠지요. 같은 우리는 서로를 탓합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 자살률 1위라는 통계는 마음
아프기 짝이 없는 현실입니다. '죽음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고성장을 이룬 한국자본주의의 피해자들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급변했던 우리환경은 개인의 고통쯤은 무시해왔으니까요. 이만큼 경쟁을 부추기는 곳이 지구상에 어디 또 있을까하면서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나'를 깊이 들여다보면 모든 사람이 다 보입니다. 훌륭한 상담가는 상담자를 보면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는 사람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공감'이지요.

우리의 역할모델이던 미국이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수세기, 미국은 여전히 강대국으로 남을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그 이유는 모든 분야의 석학들이 거의 그곳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초분야가 튼튼하기 때문입니다.

피터 드러커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95세의 생을 마감했습니다. 법학과 경영학분야의 전설적인 이 학자는 '인문학은 도덕성에 나침반을 제공한다'는 기본철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본주의 이후를 걱정했습니다. '리더십'이란 가벼운 '기술'을 거부한 그는 카리스마가 아닌 인격과 진실함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처세술을 권하고 삼국지가 인용되는 사회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지….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한가해서 소설을 붙들고 있을까요? 호모 사피엔스, '생각할 수 있으므로 지혜로운' 우리 모두의 이름입니다.

인문학은 우리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역사책은 '내 존재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끔 합니다. 철학자의 조언은 통찰을 얻게 하지요. 소설책에 몰입하면서 우리는 섬세하고 다치기 쉬운 인간의 감정을 하나씩 알아갑니다. 다른 사람도 나와 똑 같이 소중한 생명과 목적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 이것이 '성장'이 아닐지…. 2010년이 밝아오면서 '성장'을 생각해 봅니다.

박소경 경산 1대학(구 경동정보대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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