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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호산

[수요칼럼] 심리적 이상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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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미디어는 끊임없이 대중들의 관심을 쫓아갑니다. 그곳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연예인, 성공한 사람들의 장소이지요. 눈을 끄는 고급상품은 여지없이 우리를 왜소하게 만들어버리기도 합니다. 자유민주주의 국민인데 하면서 큰소리 쳐보지만 거대한 자본주의 힘 앞에서 졸아들고 맙니다.

  며칠 전 모 신문 1면에는 지방거부들의 명단과 함께 그들이 누구의 아들인가까지도 상세하게 기재되어 나왔습니다. 그 기사를 읽은 시민들은 손에서 신문을 떼기 전에 멈칫 자신의 모양을 훑어보지 않았을까요?

  그 다음 날 KBS 1TV의 '다큐멘터리 3일'에는 '성미산 마을'이 방영되었습니다. 또 그 다음 날은 학교로 돌아가는 어린 딸과 헤어지는 아빠의 얼굴을 비추더군요. 남들이야 기러기아빠라고 부르든 말든 부녀의 표정은 부러울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스키너는 "동물이든 사람이든 긍정적 강화물을 주면 그 행동은 반복된다"고 주장한 행동주의 심리학자 입니다. 이 자극과 반응의 원리를 이용하여 지금도 초등학교에서는 착한 행동을 한 어린이에게 선생님이 스티커를 주고, 부모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겁니다. 이 강화이론은 어른의 세계에서도 '인센티브'란 말로 통하고 있지요.

  기계화된 인간을 주장한 스키너이지만, 그는 젊은 시절에 소설가를 꿈꾼 문학도였답니다. 만년의 그는 결국 소설 한 편을 썼습니다. 심리적 이상사회를 꿈꾼 '월든 2'입니다.

  소로우는 월든 호숫가에 한 칸짜리 통나무집을 짓고 자연을 관찰하면서 '월든'이란 대표작을 남겼습니다. 작은 새들, 일몰과 일출, 물고기, 나무, 작은 동물, 햇빛의 색깔과 소리는 그를 시인으로 만들었습니다. 스키너의 이상사회에서는 심리학적 단위가 가족을 대체합니다. 그 곳의 아이들은 경쟁이나 시기심이 키워지지 않았습니다. 좌절이나 실패를 모르기 때문에 무기력한 사람도물론 없습니다. 집단보육과 행동과학에 의해 윤리적으로 훈련된 아이들에게는 공격성이 사라집니다. 공동 관심사로 만나는 부모들도 언제나 새로운 시야를 갖습니다. 그 곳 사람들은 우수하지만 정서가 불안정한 사람은 없습니다. 이렇게 스키너는 행동공학에 의해 인간의 본능이나 감정은 수정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성격과 기질이 계획되고 통제되어, 모두가 마음이 평화로운 곳, 그 곳을 스키너는 이상사회라고 했습니다.

  성미산 마을 공동체의 가장 큰 특징은 '공동육아'입니다. 그 곳 부모들은 아이들이 인간답게 살기를 원하고 있어요. 일등을 가르치지 않고 서로 도우면서 함께 가라고 가르치지요. 가수이름을 외우는 대신에 아이들은 흙길을 밟으며 꽃이름을 부릅니다. 부모와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면서 아이들은 세상에 대해 스스로 공부합니다.

  깊이 생각해보지 않으면 이 땅은 '인간의 정신'은 없어지고 '물질'만이 전부인 양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서로서로는 사람이 아니라 경쟁의 대상이 되고 맙니다. 나름대로 익혀온 자기통제기술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아마 지탱할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멀고 길게 생각해봅니다. 내 중심이 아니라 우주를 중심으로 해서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여기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 의식을 가진 내가 지금 여기 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 백만년 동안 나는 태어나지 않았고, 어느 날부터 나는 영원히 죽어있을 거니까요. 우리의 삶이 잠깐 주어진 것이라면, 성공이란 말이나 실패란 말에 고통 받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성미산 마을'을 만들지 못한 우리는 계속 경쟁하면서 부러워하고, 노력하다가 좌절하고, 혼자 슬퍼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인간에게는 '존재',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합니다.


박소경 경동정보대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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