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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호산

[수요칼럼] 선생님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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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에게 '선생'으로 불리던 두 분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고파'를 작곡한 김동진 선생과, 전직 대통령이셨어요. 신문을 보면서, 정치인에게는 끝까지 적이 있다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선생님으로부터 '선생'으로 불리는 쑥스러운 제자로는 의사도 있지만, 우리 모두의 선생님은 학교 선생님이지요. '교수님'보다 '선생님'은 더 존댓말이랍니다.

  부모와 마찬가지로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충고합니다. '아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절대로 충고하지 말라'는 말이 있어요. 충고하는 것도 가르치려는 것만큼이나 기분 나쁘다는 거죠. 가르치는 입장도 배우는 입장도 양쪽다 무척이나 힘든 노릇입니다. 사람이란 근본적으로 나태한데, '배움'은 비 본능적인 과정을 밟아야 합니다. 배움은 뇌 신경세포의 새로운 연접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니 얼마나 힘들까요?

  '교사'를 생각하면 이 말이 떠오릅니다. "마음의 문을 열면, 인생은 힘든 가운데 충만하고, 문을 닫으면, 인생은 편안한 가운데 외롭다." 세상 사람들은 다 자기자식만 잘 키우면 됩니다. 교사는 남의 아이를 제 아이인양 걱정하지요. 그게 행복하니까요. 교사의 가장 큰 딜레마입니다.

  한 세대 전만해도 옛 어진 이들의 삶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요즈음 우리사회에서 그런 가르침은 희극적인 모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볍고 깊이 없는 말들 속에서 전통은 모두 진부한 것이 되고 말았지요. 딜레마입니다.

  교육은 지식의 내용보다 궁극적으로 '내가 누구인가?'를 배우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21세기는 가르치는(teaching) 개념이 아니라 배운다(learning)는 말이 맞습니다. 지금과 같이 방대한 양의 지식을 가르칠 수도 없겠지요. 성인이 되면 누구나 '자신이 알고 있는 길'이 있습니다. 부모와 마찬가지로 교사는 자신이 알고 있는 길로 아이를 안내하게 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사람, 그래서 딜레마입니다.

  의사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을 만날 때면 의사는 병만 고쳐주면 되니까 더 이상을 기대하지 말라고 말해줍니다. 의사가 인간의 몸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교사는 영혼을 다루는 사람입니다. 서투른 의사가 몸을 불편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듯이, 게으른 교사는 어린 영혼을 다치게 합니다. 선생님의 치우침과 편견에 영혼은 병들고 말지요. 병든 영혼은 여간해서 나을 수가 없습니다.

  10대와 20대는 가면을 쓰지 않아요. 맑은 영혼이 그대로 비칩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는 게 아니랍니다. 교사는 학생이 내면에 들어있는 타고난 지식과 지혜를 가지고 스스로가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지요. 학생이 자신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려면 교사가 먼저 진실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교사가 가면을 쓰고 갑옷을 입게 되면 학생은 내면의 힘으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누구나 처음부터 선생님이 되는 건 아니겠지요. 매일매일 '선생님'으로 불리면서 인간에 대한 관심과 연민의 마음이 싹트는 건 아닐까요? 진정한 배움과 가르침이 이루어지려면 영혼과 영혼이 만나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입니다.

  전면에 나서는 리더십은 3류 리더십이라는 말이 있어요. 진정한 리더는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고 해요. 사람들은 막연히 정치가가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믿어요. 병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 제자들과 그들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내가 해냈다'고 말할 때, 캄캄한 무대 뒤에 서 있는 사람, 바로 선생님이겠지요. 권력은 없지만 더 넓은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광범위한 세상뿐 아니라 그 다음 세대까지도 영향력을 가진 사람, 선생님입니다. 인간의 이기심을 뛰어넘고 언제나 깨어있는 사람.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함께 가자고 일으켜주는 리더십, 선생님의 리더십입니다.


박소경 경동정보대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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