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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호산

[수요칼럼] 교육, 거침에서 섬세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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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들은 노래와 율동을 하면서 놉니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을 발달시키지요. 신체감각,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즉 오감은 모두 대뇌피질로 모입니다. 뇌기능은 부위별로 전문화되어 있답니다. 피부에 닿는 것을 느끼는 신체감각의 중추는 두정엽의 앞쪽에 위치합니다. 눈으로 본 것을 보았다고 느끼려면 망막에 있는 시각신경이 후두엽의 시각중추까지 정보를 보내야만 하고요. 행동을 결정하는 운동중추도 대뇌피질로부터 시작됩니다.

  엄청나게 많은 신경세포로 이루어진 뇌는 신체를 조종하지요. 그 뿐 아니라 신체에 따라 뇌는 끊임없이 새롭게 변화됩니다. 어느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의 뇌는 일반인보다 2배나 두꺼운 청각피질을 가진 것이 발견되었어요. 뇌가 말을 한다면 아마도 이러겠죠. "네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나는 많은 공간을 차지해."

  행복이란 어릴 때 하고 싶던 것을 하는 것이라더군요. 나는 몇 년 째 전통춤과 가곡을 배우고 있습니다. 무엇을 제대로 배운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아이고 어려워라" "이건 정말 어렵네." 어렵지만 참 행복합니다.

  '모든 것에는 많고 많은 단계가 있다'는 말, '서서히 눈이 떠진다'는 말을 새삼 떠올리게 됩니다. 춤이든 노래든 처음에는 매우 거칠었어요. 내가 무슨 동작을 어떻게 잘못하는지도 보이지 않았어요.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고쳐나가기 시작했지요. 눈이 섬세해지면서, 뻣뻣하던 몸에서 조금씩 긴장이 빠져 나갔어요.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다시 무의식으로 가는 과정을 밟는 걸 느끼게 되었어요. "배운다는 것은 섬세해지는 거구나"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뇌는 석기시대에 아프리카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장 잘 이해하도록 설계되었다더군요. 인간의 진화는 그만큼 느린 속도로 진행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대뇌가 발달되어 있는 인간의 뇌는 처음부터 아주 잘 만들어져 있었답니다.

  뇌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숨을 쉬고 심장을 뛰게 하는 뇌줄기는 '생명의 뇌'입니다. 바로 위엔 생존과 생식을 담당하는 간뇌가 있습니다. 간뇌는 '동물로서의 뇌' '본능의 뇌'이지요.

  무엇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아주 다른 대뇌를 가지고 있답니다. 인간은 직립을 하면서 손을 쓰게 되었고, 언어를 구사하면서 사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인간은 학습하게 되었어요.

  생존을 위한 일차적인 감정은 '기쁨'이 아닌, '공포와 분노'입니다. 무서웠던 기억은 본능의 뇌에 깊숙이 박혀있게 되지요. 그곳에는 감추고 싶은 무의식의 잔재들이 뿌리 깊게 남아있어요. 따라서 본능의 뇌는 즉각적이면서 몹시 거칩니다.

  감각중추와 운동중추를 제외한 대뇌피질은 학습을 위한 공간입니다. 기억과 학습은 대뇌에 신경세포의 연접으로 만들어집니다. 많고 많은 학습으로 이루어진 대뇌는 의식적 사고를 일으킵니다. 학습에 의해 신경세포는 새로운 연접을 만들고, 반복하면서 연접은 점점 두터워지지요. 두꺼워진 연접은 확확 뚫리면서 무의식의 차원으로 변합니다.

  교육은 '거침'에서 '섬세함'으로 가는 과정입니다. 교육은 우리를 거칠고 즉각적인 본능의 뇌에서 치밀한 '사고의 뇌'로 이끌어갑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교육은 끊임없는 배움과 숙달, 그리고 인격의 섬세함까지도 가능하게 만듭니다. 교육은 '손'을, '눈'을, '사고'를, '마음'을 섬세하게 합니다. 섬세함이란 민감함과 동시에 편안함을 가지는 것이지요. 본능적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그리고 한 차원 높은 무의식으로 가게 만듭니다.

  칙센트미하이는 'flow'라 했지요. 그는 뇌구조를 아는 사람인가 봅니다(우리는 몰입이라 했어요). 그가 말했어요. "삶을 훌륭하게 가꾸어주는 것은 행복감이 아니라 깊이 빠져드는 flow"라고. 무의식의 차원, 나는 '섬세함'이라고 불러봤습니다.


박소경 경동정보대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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